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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들 속에서 길을 걷다 문득 나의 부재가 떠오른다.
한참을 헤매다, 날 거슬러오는 어느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한다.
뛸듯이 반기며 그에게 다가서려는 순간, 소름끼치는 감정에 잠시 머뭇.
지독한 낯설음. 처음 보는 나.
그는 내가 아니다.
아니, 나는 그가, 아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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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이 자유롭지 못할 때, 아니 정확하게는 나 자신이 나라는 인간 때문에 도저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, 나는 종종 의식적으로나마 ‘나’ 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 같다. 물론 ‘부자유’ 가 순식간에 ‘부재’ 로 환치될 만큼 고성능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.

내가 없으면 대체 어디서 나를 찾아야 하는가.
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나를 찾는다.

나의 부재만이 나를 증명하는
나를 찾는 여행.

[여행] #  |  2009/06/07 17:0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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